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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SOMI | 고소미

b. 1977

고소미(b.1977) 작가는 부산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했고, 일본 무사사노 미술대학교 대학원(Musashino Art University) 석사 과정 수료 후 동대학원 박사후기과정 조형 예술연구과 학위를 수료했다. 메르씨엘비스(2017, 2012), 금정문화회관(2002), 동경 신주쿠 리빙디자인센터(2005) 등 5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부산, 동경등에서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고소미 작가의 작품은 언제나 하나의 풍경 속으로 이끈다. 그 풍경은 마치 피할 곳 없는 꿈속처럼 나를 끌어들인다. 그 곳은 하나의 세계다. 문이 닫혀버린 세계. 아니 내가 닫아버린 내 심연(深淵)의 세계이다. 외면하고 싶은 기억,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 답이 없는 질문들을 접어 나도 찾을 수 없게 밀어 넣어두었던 바로 그 곳이다. 그 곳에는 흑백의 꿈처럼 기억의 형상들이 떠 있다. 잃어버리고 싶은 기억의 형상들 속에서 두려움을 안고 길을 찾아 헤매인다. 기억의 형상들이 내 곁을 스친다. 내가 기억의 형상을 스친다. 따갑다. 쓰라린다. 내려다보니 어느새 피가 맺혀있다. 길은 없는 듯하다. 헤매이다 지쳐 멍하니 내 기억의 방울을 쳐다본다. 날선 시린 기억들... 눈물이 차오른다. 피가 흐른다. 날카롭던 기억들은 어느새 내 피와 눈물에 젖어 일그러지고 퇴색된다. 눈물 넘어 멀리 바깥의 내가 보인다. 문 너머의 나는 여전히 기억의 형상을 빚고 있다. 고소미가 이끄는 곳은 무의식의 세계와 같다. 무의식의 세계는 이룰 수 없는 욕망의 공간이자, 이루지 못해 상처 받은 기억의 공간이다. 이 공간의 기억들은 잊어 버리기 보다는 잃어버리고 싶은 기억들이리라. 그러나 이 잃어버리고 싶은 기억들은 잊혀질 뿐 사라지지 않고 의식의 기억과 함께 나를 형성한다. 순간적 말실수, 흘러가는 농담 속에서 상처받은 나의 감정들은 당시의 기억과 엉켜 예민한 촉수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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