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Breathing Moments

Boree Hur 허보리

February 27 - March 24, 2026

Installation Views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미지가 없습니다.

Selected Works

Introduction

카린은 허보리 작가의 개인전 《Breathing Moments》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회화와 패브릭 설치 작업을 통해살아있음의 감각과 시간의 축적을 탐구해 온 작가의 작업 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허보리의 작업은 제주 자연에서 출발한다. 도시와는 다른 환경 속에서 경쟁하듯 자라나는 식물들의 모습은 작가에게 인간 삶의 단면을 환기시켰다. 무작위로 얽히고 흔들리는 풀과 나무의 몸짓은 치열하면서도 역동적인처럼 다가왔고, 그 에너지 앞에서 오히려 고요해지는 내면의 상태를 경험하며 본격적인 식물 회화가 시작되었다. 작가는 이를풀멍의 순간이라 표현한다. 모닥불 앞의 불멍이나 윤슬 이는 바다를 바라보는 휴식처럼, 강렬한 생명의 움직임을 응시하는 시간이 화면의 출발점이 되었다.

작가의 회화는 화면을 가득 채우는 전면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색면 혹은 물결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두텁게 축적된 물감과 거친 붓질이 드러난다. 이는 평온해 보이는 삶의 표면 이면에 존재하는 치열한 몸부림과도 닮아 있다. 숨이 차오르는 하루하루가 쌓여 한 사람의 생이 되듯, 반복되고 중첩된 붓질은 결국 하나의 조화로운 화면으로 귀결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와 함께 패브릭 설치 작업 〈하얀숲 2〉도 선보인다. 제주 곶자왈 숲을 전통 직물소창으로 구현한 이 작업은 인간의 생애와 식물의 생성과 소멸을 연결하는 상징적 시도다. 소창은 태어남과 죽음의 의례는 물론, 일상 속에서 수건과 이불, 옷가지로 사용되어 온 생활 밀착형 직물이다. 작가는 이 천으로 가지와 잎을 만들고 여러 겹의 레이어를 쌓아 숲의 덩어리를 구성한다. 특히 흔적이 드러나는 감침질 방식은 반복과 축적의 시간을 시각화하며, 회화 작업에서의 물감 축적과도 긴밀하게 호응한다.

이외에도 매화의 폭발적인 개화에서 위로 솟아오르는 에너지를 포착한 4m 규모의 대형 추상 작업, 멀리서는 평온하지만 가까이에서는 거친 터치가 드러나는 메밀밭과 무밭 연작 등 제주 풍경을 바탕으로 한 식물 추상 회화가 함께 전시된다. 규칙적인 농작물의 배열과 반복적 행위에서 발견한 조형적 아름다움은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반복과 생존의 주제를 더욱 심화한다.

허보리의 작업은 단순한 자연 재현을 넘어선다. 그것은 치열하게 흔들리면서도 끝내 살아내는 존재들의 에너지에 대한 기록이며, 인간과 식물이 공유하는 생의 의지에 대한 은유다. 《숨쉬는 순간들 / 살아있는 순간들》은 거친 비바람 속에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를 견디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자리이자, 화면 앞에서 잠시풀멍의 상태로 머물 수 있는 사유의 공간이 될 것이다.

 

 

 

후미진 숲속에서 경쟁하듯 무작위로 자라고 있는 식물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사람들의 던적스러운 삶의 모습이 하나의 춤처럼 앞에서 보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의 식물페인팅은 욕망 어린 식물들의 와글거리는 모습에 그들과 우리를 동일시하면서 시작했다.

그러다가 에너지 앞에서 사뭇 고요해지는 나의 정신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지금과 같이 화면을 가득 채운 전면회화의 형식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때로 드넓은 바다의 반짝이는 윤슬에서 몽롱함과 휴식을 얻거나,

춤을 추듯 일렁이는 모닥불 앞에서 불멍을 하기도 한다.

그러한 경험을 내가 살고 있는 제주의 혹은 비바람을 견디고 있는 꽃대 앞으로 갖고 ,

소위 풀멍 상태로 그들을 바라보다가, 에너지를 화면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      작가노트 중 -

 

 

 

허보리(HUR BOREE, 許보리, 1981년생)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및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개인전으로 국내외 18, 다수 단체전과 아트페어에 참여했으며,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공공·기업 소장처에 포함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연구 소장품 선정(2025), 정부미술은행 작품 매입(2022) 등 수상 경력이 있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