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윤병운 작가의 작업 이미지는 현실에서 만나는 꿈의 흔적이다.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수면 상태는 작가가 나타내고자 하는 복합적인 경계의 틈을 대변하고 있다. 의식과 무의식이 모호한 경계에서 삶의 본질은 더욱 선명해진다.이렇게 모호함으로 가득한 세계를 더욱 모호하게 이야기하기 위해서 작품의 사실적 표현은 당연한 방법이다.서로 반대편에 서서 바라보며, 호흡하는 일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라도 작가는 그 모호한 세계에 경계의 선을 더 선명하게 긋는다. 작가의 작품이 꿈꾸는 세계는 무의식의 세계로도 잠들지 못하고, 의식의 세계로도 깨어날 수 없는 정확하게 모호한 그 시점이다.
제제 작가의 작업 이미지는 두세 살 정도의 어린아이를 떠올리게 하는 신체 위로, 아이들의 순수함과 대비되는 거친 단어와 이미지들이 흐른다. 걸러내지 않은 주관적인 작가의 내면의식은 마치 아이가 보고 듣는 대로 세상을 모방하듯 표현되었다. 작가 제제는 자신이 겪은 정체성의 혼란, 체제와 시스템 속에 순응하며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풍자한다. 사회적 규범이 가지는 강압성과 부조리를 드로잉으로 나타내지만, 사회 자체를 부정하거나 해체하려는 것은 아니다. 실제 캐릭터의 모티브가 된 대상이 그의 조카이기도 하고, ‘아이라는 존재’가 가지는 희망의 긍정성을 형상으로 나타내며, 사회의 다양한 의미를 여러 컬러와 드로잉에 담아내고 있다.
조현수 작가의 작품에서는 표면들이 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드로잉을 모티브로 시작하여 선들의 조합이 마치 그물망의 형태로 이루어져 공간을 만들어내며 ‘그려진 조각’이라고 표현한다. 의도하에 제작된 형틀에 액체 형태의 강화 플라스틱을 뿌림으로써 물감 자국으로 이루어진 조각처럼 보이는 형상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방식으로 재현된 사물은 뿌리기 행위의 흔적을 반영하는 동시에 시선을 통과시키는 가벼운 형태라는 특징을 갖는다. 또한 작가는 버려지거나 기능을 상실하여 쓸모가 없어진 사물들을 재구성한 공간에 그려 넣는다. 이를 통해 필요에 의해 사용되고 기능이 상실된 후 버려진 것들을 재해석하면서 인식하지 못한 것들의 또 다른 의미를 찾고자 한다.
김한나 작가는 대학교 재학 시절, 토끼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후 토끼를 친구처럼 여기며 꾸준히 그려오고 있다. 자신의 눈에만 보이던 토끼와 한나의 만남을 교류와 일상을 통해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으로 확장하고, 이를 회화, 드로잉, 조각,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담담하게, 때로는 환상적으로 연출한다. 포근한 색채를 바탕으로 서정적인 서사가 어우러진 김한나의 작품은 마치 어느 소녀가 써 내려간 그림일기와 같은 연작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스스로 작품의 주인공이 된 작가는 실명 그대로 등장하여 일상에서 피어나는 감정들을 다정다감한 필치로 회화화한다. 귀엽게 묘사된 토끼는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으며 삶의 방향을 공유하는 동반자이자, 또 다른 김한나 자신으로 그려진다.
강목 작가의 작업은 오늘을 담은 초상이다. 관계하는 모든 것을 담아내고, 그것은 어제가 되려 하고 또 내일은 오늘이 되려 하기에 영원 속의 초상이 될 수 있다. 인간으로서 자라나면서부터 지닌 본연의 성품 그 자체를 포착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곳곳에서 피어나는 의문을 조형적 언어로 표현한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길 희망하며, 자연스레 존재하는 무의식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 시선을 통해 존재 자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한다.
김우진 작가의 작업 이미지는 어릴 적 꿈인 동물사육사를 오브제로 사용하며, 플라스틱과 스테인레스를 통해 사육하고 싶었던 동물을 재현한다. 작가는 이러한 행위를 통해 어린 시절의 꿈을 해소하고 실현하고자 한다. 그는 동물 작품에 다양한 색감을 입히는데, 각각의 색감이 상징하는 의미를 생각하고 배합하며 동물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본인이 실현하고 싶었던 꿈에 대한 열정을 표현함과 동시에, 각 색감과 겹쳐지는 재료가 가지는 의미를 담아 동물 그 이상의 새로운 무언가를 탄생시키고자 한다.
PolarBear 북극곰 시리즈를 통해 널리 알려진 변대용 작가는 사랑스럽고 편안한 작업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간다. 추운 지역에 사는 북극곰이 역설적으로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찾는다는 이야기는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이면서 동시에 욕망과 결핍에 대한 현대인들을 은유하는 것으로,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친근한 이미지와 그 이미지들을 통해 의미 있는 이야기를 작품으로 풀어내는 작가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며, 모델링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조각가이다. 작품 대부분은 흙으로 빚어 만들고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어낸다. 부드러운 표면에 걸맞게 입체를 이루는 선적인 요소가 유려하게 돋보이며, 세심하고 따뜻한 작가의 감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송형노 작가 작품 속 등장하는 동식물, 인형, 사진, 사물 등은 작가 자신과 가족을 나타낸다. 가족과 함께하는 지금 이 시간이 이상향이라는 생각으로, 그림처럼 행복한 삶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작가는 은유적 장치들을 통해 행복한 삶의 이야기와 사랑스러운 꿈들을 그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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