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이번 도시 이미지 연작은 작가가 이전에 해왔던 작업들, 예를 들면 뉴욕 유학시절 그의 전작들, 즉 <온실로의 초대>, 등과, 이 첨단도시이미지의 광섬유 작품들은 마치 서로 대척점에서 존재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실은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어 다양한 양상으로 생성하고 점멸하는 ‘생명’과 ‘삶’에 대한 작가의 내밀한 문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아니, 오히려 작가는 소통과 교감이 실현되는 장소로서 도시를 드러내고 이 곳에 혼재한 현대인의 일상을 희망적으로 소환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통신기술의 대표적 소재인 광섬유를 통하여 이러한 도시의 이미지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IT 기업들이 꿈꾸는 유토피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양이수의 이번 도시 연작들이 보여주는 번잡한 교류와, 끊일 사이 없는 움직임, 쉴 새 없는 변화의 인상을 가늘디가는 선들이 점멸하고 발광하는 광섬유로서 작가 특유의 섬세한 정서로 따뜻하게 묘사된다. 여기서 광섬유는 작가에게 실험성 있는 신소재가 아니라, 그러한 유토피아를 상징하는 메시지의 담지자로 기능한다. 그러므로 도시산책이 보들레르에게 시적 영감의 원천이었고, 벤야민에게 문화사적 인식의 원천이었다면, 작가에게는 미래기술문명을 바라보는 희망의 원천으로 위치하고 있다.
현대인은 도시의 거리라는 공간을 떠나 살 수 없는 공간적 존재이며, 과학기술을 거부할 수도 없다. 작가의 도시연작들은 도시라는 스펙터클한 장치를 미적 장치로 전환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도시의 소비자로 전락할 것이 아니라, 관찰자의 위치를 잊지 않는 ‘플라뇌르’로서 같이 산책하기를 권유하며, 낮은 음색으로 전한다. 인간은 결국 과학의 산물과 공존할 수 밖에 없음을…
미학·예술학 박사
신 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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