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CARIN에서는 Pit-a-Pat(두근두근) 전시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동식물과 사람, 자연이라는 키워드를 좀 더 친근한 방법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김옥정, 박세빈, 서안나, 유수지, 이소윤, 이정윤, 이지우 작가와 함께하는 이번 전시에서 다양한 작품과 표현 기법들을 보시고, 마치 자연으로 회귀하는 듯한 느낌을 일깨우며 평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지우 작가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장면을 깊게 관찰하고 표현한다. 기억 속으로 스며든 풍경을 캔버스에 담는 일은 마치 하루를 적은 평범하고 솔직한 일기, 더불어 누군가에게 편지를 건네는 일과 같다. 작가는 유화, 아크릴, 색연필 등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하여 햇살과 녹음, 자연과 사람을 표현한다. 그중에서도 빛(Light)의 차이와 사물의 선(Line), 그것을 채우는 결(Texture)을 중심으로 하여, 저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성을 극대화한다. 색연필이나 나이프로 긁어낸 캔버스를 바라보면, 작품의 ‘질서’와 ‘결’ 안에서 발견되는 평안하면서도 넘치는 힘을 느낄 수 있다.
⠀이정윤 작가와 CARIN은 2020년, 꽤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니지마 글라스 아트센터(Niijima Glass Art Center)와 협업 전시를 앞두고 있었다. 모두가 기억하듯 2020년은 COVID-19로 왕래가 불가해지고 폐쇄되던 때로, 일본에서 작가와 작품이 올 수 없게 되었다. 기존 기획을 진행할 수 없게 되자 작가는 초록의 흔적을 담은 유리 작업인 ‘사라지는 노래, 살아지는 노래’를 설치했다. 식물의 흔적만 남은 판유리와 덩그러니 놓인 의자가 마치 연극의 한 장면 같았던 이 작업은 당시 우리들의 모습 그 자체였다. 이후 작가는 이 판유리를 주소재로 해 구조물로 확장시켰다. 2024년 CARIN의 #3 전시 공간에는 살아있는 그린과 그린의 흔적이 공존하도록 구성하였다. 실존하는 식물과 식물의 흔적들이 마주하는 공간은 죽음이라거나 존재의 소멸과 같은 단어보다는, 시공간을 달리하며 영원히 존재하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소윤 작가의 추상적 화면 구성은 가족과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며 지내 온 ‘정원’에서 시작되었다. ‘정원’에 대한 기억은 각자의 사정과 감정에 따라 매우 다른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었고, 이는 동일한 경험에 대한 상이한 기억이라는 주제를 생성하며 비현실적인 초록과 유기적인 움직임, 독특한 깊이감으로 표현되었다. 또한 이번 전시에 새롭게 선보이는 Feather라는 작품은 야생화 군락을 사람이 교류하며 사는 모습을 반영한 것과 떼를 지어 다녀도 누구 하나 뒤처지지 않는 철새들의 관계성을 다뤘던 기존의 작품세계를 더 폭 넓게 보여주고 있다.
⠀유수지 작가는 관찰자이자 모험가의 자세로 자연을 바라보고, 무의식 속에 잠재된 기억의 조각들을 쌓아가며 결국 모든 것이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이 연결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음이 어려울 때는 꽃과 나무, 바다와 강, 해와 산, 덩굴과 흙, 새와 달과 같은 익숙한 자연을 떠올리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작가의 작업은 사진처럼 자세히 묘사되기보다는 기억에 남아있는 주관적인 느낌을 기반으로 강조 또는 생략되며, 대상의 크기나 색, 형태를 자유롭고 유연하게 채워낸다. 그 기저에는 순환하는 모든 재현의 과정들이 사라지지 않는 마음의 안식처가 되었으면 하는 작가의 마음이 존재한다.
서안나 작가는 함께 살고 있는 강아지와 고양이, 산책길에서 만나는 길고양이들을 행복과 위로가 되어주는 동반자들이라 여긴다. 그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마주치면서 생길 수 있는 여러 장면의 물감을 얇게 여러 번 올리는 작가 특유의 부드러운 화풍으로 따뜻하게 표현한다. 작가는 그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우리들의 삶에 한 부분을 차지하며,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는 과정과 그 일상의 평화로움을 나누고자 한다.
⠀박세빈 작가는 최근 ‘복합적 온도, ‘빛’ 등을 키워드로 동, 서양화 재료를 혼용해 상징적 풍경 소재의 작업을 하고 있으며, 동시에 직접 눈으로 담은 풍경과 상상, 은유적 빛을 하나의 구성으로 고요와 희망을 좇는 현대인 내면의 서사를 표현한다. 장면을 사실적으로 담기보다는 심리를 반영하는 주관적인 색채로 표현하며, 구술적 한계를 넘어 작품을 매개체로 관람객과 정서적 온도로 소통되는 경험을 추구한다.
⠀김옥정 작가는 삶 전반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추상적 형태나 색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상상이 가미된 실제로 일어날 수 없는 풍경의 모습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작가가 생각하는 ‘단어’라는 것은 여기저기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가 단어나 직접적인 형태로 읽히기보다 작업에 등장하는 사물이나 풍경의 몸짓, 색과 추상적 형태를 통해 느끼거나 추측하기를 바란다. 작가의 작품에는 기본적으로 세상 자체를 아름답게 바라보고자 하는 마음과 노력이 전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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