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카린갤러리는 나무를 매개로 서로 다른 시선과 감각을 교차시키는 《숨결》전을 개최한다. 자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만, 우리가 바라보는 시선은 제각기 다르다. 이번 전시는 그 다름의 방향과 확장된 개인의 내면 풍경을 담는다. 조각, 평면, 한국화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수빈, 이주희, 조은 세 작가가 참여하며, 나무를 통해 자연과 인간, 기억과 감정, 존재와 존재 간의 연결이라는 주제를 탐구한다. 관람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자신만의 ‘나무’를 떠올리고, 그 안에 담긴 감정과 기억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를 갖게 된다.
이수빈은 조각을 단순한 형상이 아닌 이야기의 한 장면으로 상상하며, 스스로를 ‘이야기를 찾는 사람’이라 말한다. 이번 출품작에서는 유목과 같은 시간성을 지닌 나무를 주로 활용하며, 옹이와 균열, 부패 자국 등 생의 흔적과 시간을 작품 속에 담는다. 그는 죽은 나무의 시간을 새로운 존재로 이어주는 과정에서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의 조각은 둥글고 부드러운 형상을 통해 타자와 세상에 대한 포용과 관계 맺기를 상징하며, 자연과 생명, 시간과 존재의 관계를 사유하게 한다.
이주희는 기억과 감정을 중심으로 평면 작업을 전개한다. 나무의 실루엣은 흐린 날 역광 아래 보이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선명한 외곽선은 뚜렷한 기억을, 흐릿한 윤곽은 점차 희미해지는 감각을 상징한다. 어린 아들과 함께 체험한 빛과 풍경에서 비롯된 시각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마스킹 테이프를 활용한 스텐실 기법 위에 먹과 안료를 겹겹이 쌓아 독특한 질감을 완성한다. 작품 속 나무는 단순한 자연의 대상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이 교차하는 상징적 장소로 기능하며, 관람자는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며 감정의 실루엣과 기억의 여백 사이에서 조용한 공명을 경험하게 된다.
조은은 한국화를 기반으로 자연에 대한 동경과 일상의 감정을 결합한 회화를 선보인다. 그는 나무를 도시와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감정의 풍경이자 상상의 공간으로 바라본다. 특히 겨울의 플라타너스 줄기에서 회복과 강인함을 느끼고, 먹과 아크릴, 과슈를 혼합한 기법으로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풍경을 펼친다. 조은은 한지 위에 먹과 물, 아교가 자연스럽게 번지는 우연적 형태를 담아내며, 균형과 연결, 조화를 통해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 속 나무들은 때로 단절된 느낌을 주지만, 이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담은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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