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Dasunsun
2013.4.25 - 6.10
PARK DOH HOON
다다이즘은 제1차세계대전(1914~1918) 말엽부터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예술운동이다. 그리고 다다(dada)라고도 한다. 그 뜻은 조형예술 뿐만 아니라 넓게 문학·음악의 영역까지 포함하며 본질에 뿌리를 둔 ‘무의미함의 의미’를 암시하는 것이다.
중요 무형문화재 118호 불화장 석정스님의 수제자 인 박도훈 작가는 선화가이다. 이번 전시는 불교 미술인 불화, 탱화를 넘어서 구상과 추상의 경계 없이 회화로 풀어내 넓은 영역을 다룬 작품이다. 이와 같이 DaDasunsun 은 다다이즘의 다다와, 先(먼저 선, 앞설 선) 선화의 線을 사용하여 앞서나가는 선화라는 뜻이다. 선자는 참선의 禪, 찬란하게 빛나는 sun의 의미도 내재되어 있다.
선화란 본래 개인의 선적 경험을 구상과 추상이 경계 없이 회화로 풀어 낸 것으로 작가의 정신적인 내면을 형상화한 것이다. 그러므로 표현하기에 앞서 선을 인지하고, 일정 이상의 깨달음이 전제가 되어야만 추상적인 관념을 실체화하여,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묘사할 수 있다.
禪은 정신을 통일하고 번뇌를 배제하고 진리를 탐구하며 종국에는 무아의 경지에 드는 것으로 즉발적인 깨달음이 수반되는 과정을 번복한다. 이러한 단계는 순차, 정도, 종파에 무관하게 진행되며 이것이 예술과 결합되면, 자유분방한 양식 속에서 끊임없는 변화가 이루어 지는 것이다. 달마, 관음, 포대화상, 원상 등 대표적인 선화의 도상이 동일하지만 작가에 따라 그 깊이와 느낌이 다른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으로 작가 박도훈은 우리가 접하였던 선화와는 다르지만 그 정신에는 한 발 더 다가선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선화에서 다루었던 기존의 고정된 주제와 표현 방법에 얽매이지 않고, 작가 자신의 자아와 감각에 온전히 의지하여, 내면의 성찰을 다양한 화풍으로 풀어내었다. '모든 것 속에 하나가 있으며, 하나 속에 모든 것이 있다' 는 선의 일원론을 추구하는 과정에 있어 작가가 가장 집주한 것은 만물의 융화를 통한 조화이다. 각각의 개체는 서로를 이롭게 할 때 빛날 수 있으며, 이는 진정한 和가 될 수 있다고 작가는 이야기 하고 있다.
雙遮雙照, 즉 ' 네가 있어 내가 빛나고 내가 있어 네가 빛날 수 있다' 는 작가의 인생관을 표현하기 위하여 내적성찰이 이루어지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여, 화면에 풀어내고 있다. 도상과 색채가 한정다는 영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선화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것은 , 오롯이 작가 자신이 도달한 내면의 깊이에서 우러나오고 있음이다. 따라서 보고 느끼는 그림이 아닌, 느낀 후 볼 수 있는 그림이 바로 박도훈의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DaDasunsun Installation View, Merciel bis,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