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숨결

2025.7.4 - 9.7

INSTALLATION VIEWS

Exhibition View

SELECTED WORKS

PRESS RELEASE

카린갤러리는 나무를 매개로 서로 다른 시선과 감각을 교차시키는 《숨결》전을 개최한다. 자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만, 우리가 바라보는 시선은 제각기 다르다. 이번 전시는 그 다름의 방향, 그리고 그를 통해 확장된 개인의 내면 풍경을 담고 있다. 조각, 평면, 한국화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수빈, 이주희, 조은 세 작가가 참여하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나무를 응시하고 해석한 작업을 통해 자연과 인간, 기억과 감정, 존재와 존재 간의 ‘연결’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탐구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자 역시 자신만의 ‘나무’를 떠올리고, 그 안에 담긴 감정과 기억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를 만나기를 바란다. 이수빈: 나무에 깃든 이야기, 존재의 관계를 조각하다 이수빈은 작업을 할 때 언제나 이야기의 실마리부터 찾는다. 완성된 조형물은 단일한 형태로 완결되지만, 그 안에는 맥락과 흐름이 있는 하나의 장면(Scene)이 존재한다. 그는 조각을 단순한 형상이 아닌 이야기의 한 장면으로 상상하며, 스스로를 조각가이기보다 ‘이야기를 찾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번 출품작들에서는 특히 유목(流木)과 같은 시간성을 지닌 나무 소재가 주를 이룬다. 처음에는 재단된 상태의 소재를 주로 다루었지만, 점차 폐기된 나무를 직접 수집하며 그것들이 과거 생명이었고 지금도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는 점에 주목하게 되었다. 나무의 옹이, 균열, 부패 자국 등은 생의 흔적이자 또 다른 시간의 가능성을 품고 있으며 이러한 자연의 흔적을 작품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작가는 이러한 작업 과정을 통해 “죽은 나무의 시간을 또 다른 존재로 이어주는 일”이라는 자각을 얻게 되었으며, 이는 불교에서 말하는 “정해진 것 없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관점과도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자연에서 발견한 형상에 오랜 시간 감응하며, 작가는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수집하고, 새롭게 재구성한다. 이번 시리즈 는 생애 첫 걸음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존재가 자신의 무게 중심을 스스로 이동시키며 능동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를 담고 있다. 이들은 각기 독립적인 존재이면서도, 나무처럼 생태 속에서 다른 존재와 연결된 존재로서 묘사된다. 사람과 동물, 인간과 비인간이 어우러진 장면 속에서, 조각은 둥글고 부드러운 형상을 통해 타자를 향한 포용의 태도, 세상과 관계 맺는 부드러운 손길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이수빈의 조각은 단순한 형상이 아니라, 자연과 생명, 시간과 관계에 대한 깊은 사유의 결과물이다. 조형을 통해 이야기를 발견하고, 그 이야기를 조각으로 이어가는 그의 작업은 존재와 연결, 감응의 세계를 향한 따뜻한 초대장이다. 이주희: 기억의 여백, 감정의 실루엣 이주희 작가는 ‘기억’이라는 내면적이고 가변적인 감각을 중심으로 작업을 전개한다. 특정한 사건이나 장면, 잊혀졌던 감정이 불현듯 떠오르는 순간을 포착해 평면 위에 옮기는 그의 작품은 완전한 재현이 아닌 감정의 여운과 무의식이 뒤섞인 잔상으로 관람자와 소통한다. 작품 속 나무는 작가의 독특한 시각 경험에서 비롯된 실루엣 형태로 나타난다. 흐린 날 역광 아래 어둡게 보이는 나무의 모습을 모티프로, 선명한 외곽선은 뚜렷한 기억을, 흐릿한 윤곽은 점차 희미해지는 감각을 상징한다. 이러한 시각 경험은 작가가 어린 아들과 함께 여러 장소를 찾아다니며 직접 체험한 빛과 풍경에서 비롯되었다. 여백은 단순한 빈 공간이 아니라 감정의 잔향이 머무는 장소이며, 실루엣과 여백 사이의 긴장감은 기억의 다층적 구조를 환기시키며 관람자에게 심리적 사유를 유도한다. 이주희의 나무는 자연의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기억과 감정이 교차하는 상징적 장소로 기능한다. 작가는 무의식과 의식이 겹쳐지는 순간 붓질을 멈추어 감정의 결을 화면에 남긴다. 작업 과정에서는 붓 대신 마스킹 테이프를 이용한 스텐실 기법을 활용하며, 그 위에 먹과 채색 안료를 여러 겹 쌓아 올려 독특한 질감을 완성한다. 그가 사용하는 색은 자연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 쌓인 감정의 층위가 담긴 깊고 조용한 색감이다. 이 색들은 단순한 묘사를 넘어 마음속 풍경이 시각 언어로 피어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주희의 작업은 개인의 기억을 탐색하는 조형적 여정이자, 관람자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정서적 창이다. 작품 앞에 선 이는 작가의 기억을 넘어 각자의 기억과 감정을 마주하며, 감정의 실루엣과 기억의 여백 사이에서 조용하고도 깊은 공명을 경험하게 된다. 조은: 도시의 틈에서 마주한 나무, 그리고 상상의 풍경 조은은 한국화를 바탕으로 자연에 대한 동경과 일상의 감정을 결합한 작업을 선보인다. 그는 나무를 단순한 식물이 아닌 도시와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감정의 풍경이자 상상의 공간으로 바라본다. 특히 서울의 가로수 플라타너스는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데, 겨울에 잎을 모두 떨군 플라타너스 줄기에서 할머니의 손을 떠올리며, 가지치기 후에도 다시 가지를 뻗어내는 모습에서 회복과 강인함을 느낀다. 그의 회화는 전통 수묵 기법인 먹의 번짐과 스며듦, 농담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아크릴과 과슈 등 서양화 재료를 혼합하여 독창적인 화면을 완성한다. 중후한 먹의 흐름 속에 익숙한 형상들이 스며들며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풍경을 펼친다. 오랜 시간 동양화의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연구하며 자신만의 방법을 구축한 조은은 한지 위에 먹과 물, 아교가 자유롭게 번지는 우연적 형태를 담아내 자연의 생명력을 자아낸다. 조은은 도시의 균열 속에서 피어난 나무와 그 안에 감춰진 감정의 조각들을 떠올리며, “그림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자 태도”라는 신념 아래 완전하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아름다움과 희망을 발견하고자 한다. 최근에는 ‘흐르다’라는 개념에 집중하여 붓끝에서 스며드는 먹의 흐름 속에서 관계와 연결의 순간을 포착하며, 현실을 품고 이상을 상상하는 조용한 회화적 호흡을 이어간다. 자연스럽게 번지는 수묵의 멋과 깊이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구축한 조은은 여백을 통한 고전적 상상력에서 벗어나 ‘균형과 연결, 조화’에 집중하며 현대적이고 신선한 회화를 완성한다. 그는 “사람은 서로를 비추면서 빛이 나는 구슬”이라는 구절을 바탕으로 자연과 인간이 일상을 맞이하며 어우러지는 모습을 표현한다. 작품 속 가득한 나무들은 때로 단절된 느낌을 주지만, 이는 작가가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드러내면서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자연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자연과 인간은 결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보여준다.

ARTISTS

이수빈, 이주희, 조은

154 Dalmaji-gil 65beon-gil, Jung-dong, Haeundae-gu, Busan

051 747 9305  |  carinofficial@naver.com

  • Instagram
  • Facebook

Copyright ⓒ 2013 Carin. All Rights reserved.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