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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ill Hour
2025.5.2 - 6.29
INSTALLATION VIEWS
The Still Hour Exhibition View
SELECTED WORKS
PRESS RELEASE
카린갤러리에서는 감정과 기억, 사유, 존재의 흔적을 주제로 한 박세빈, 박연경, 나빈 작가의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사라짐, 기억, 존재의 흔적을 회화 작품을 통해 탐구하며, 시간과 감정이 얽힌 내면의 풍경을 시각적 은유로 풀어낸다. 사라짐과 기억은 단순히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변화가 아니라, 그 안에 숨어 있는 감각과 감정의 흔적을 남긴다. 작가들은 사라짐과 기억의 미학을 탐구하며, 그 여운을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나빈
나빈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전문사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학부 서양화과를 졸업한 뒤 미술사학을 복수전공한 작가이다. 그녀의 작업은 일상 속에서 발견되는 짧은 순간의 기억과 감정을 포착하는 데 집중한다. 테이블 위에 놓인 정물은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라, 누군가를 만났던 시간과 감정을 대변하며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재현하는 감정의 풍경으로 확장된다.
나빈은 유화 물감의 물성에서 느낀 매력에서 출발해 작업을 이어간다. 특히 유화의 ‘금세 마르지 않는 성질’을 활용하여 색의 경계를 흐트러뜨리고, 연속적으로 칠하면서 생기는 색의 섞임과 전이를 통해 독특한 시각적 감각을 만들어낸다. 그녀는 투명한 물감을 얇게 여러 겹 덧칠하는 글레이징 기법을 사용하여 유화 특유의 광택과 깊이감을 화면 위에 구현하고, 채색과 건조를 반복하며 다양한 발색과 투명도를 이끌어낸다.
*글레이징(Glazing)은 투명한 유화 물감을 여러 겹 얇게 덧칠해, 빛과 색의 깊이, 광택, 입체감, 풍부한 색조를 만들어내는 회화 기법이다.
자두는 즙이 많은 말랑한 질감과 투명한 물성이 좋아 그리기 시작했다. 단순한 형태가 심상을 투영하기 좋고, 평소 주인공이 되지 않는 과일이라 여겨 더 마음이 갔다. 여린 과육 속 단단한 씨앗을 품어 닮았다는 말을 듣기도 하고, 그리는 과정속에서 모양과 색을 빌어 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화면 안에서 울림과 떨림을 주고받는 대상들은 무언가를 기다리거나 돌아보지 않고, 지금, 여기 서로 ‘있음’으로 빛과 공기처럼 세계를 가득 채운다
– 나빈 작가 노트 중 2023-
작업 초기에는 북유럽 르네상스 화가들처럼 정물을 세밀하게 묘사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과 넓은 공간이 화면 속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삶의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그녀의 시선 또한 확장되었고, 대상이 머무는 배경에는 감정과 시간, 분위기가 함께 흐르게 되었다. 그녀는 대상을 바라보는 감각과 감정이 선명해질 때 비로소 작업을 시작한다. 대부분의 소재는 일상과 여행 중 마주한 풍경이나 휴식의 순간에서 비롯되며, 변화하는 공간과 풍경을 통해 시선과 마음이 에너지를 얻는다. 이러한 감각적 경험은 회화로 전이되어 감정이 머무는 풍경으로 표현된다. 나빈의 작업은 단순한 시각적 재현을 넘어서, 관람자로 하여금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감성적인 여운을 남긴다. 화면 속에 담긴 빛과 색, 그 흐름은 사라지는 찰나의 감정을 붙잡아내며, 기억과 시간의 층위를 감각적으로 드러낸다.
박세빈
박세빈은 홍익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국내외 다양한 전시와 아트페어를 통해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작가는 동양화와 서양화 재료를 넘나드는 혼합 회화 작업을 통해, '복합적 온도'와 '영원한 빛'과 같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상징적인 풍경을 그려낸다. 직접 포착하거나 상상 속에서 떠올린 장면에 시각적, 은유적 빛을 더하여, 모순과 혼란 속에서도 고요와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 내면의 서사를 그려낸다. 작가는 감정과 기억을 반영한 주관적 색채를 통해 현실을 재현하기보다는 심리를 드러내는 화면을 지향한다.
박세빈의 작품은 공통된 정서를 기반으로 하되, 각기 다른 해석의 여지를 품고 있으며, 감정과 기억이 화면에 머물며 치유와 성찰의 과정을 만들어낸다. 주요 시리즈인 ⟪기억의 온도⟫는 일상의 사소한 장면에서 평온한 정적과 동화적 서사를 끌어내고, ⟪Imaginary Landscape⟫ 시리즈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놓인 풍경을 통해 무의식과 상상의 층위를 탐색한다. 박세빈은 전통 동양화의 고정관념을 넘어 새로운 회화적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주요 작업 방식은 광목이나 한지 위에 분채와 과슈, 가루 안료 등을 혼합해 얇은 레이어를 반복적으로 쌓는 것이다. 붉은색과 노란색 계열의 따뜻한 색감을 기반으로, 동양화 특유의 스밈과 평면성을 유지하면서도 입체적인 깊이를 만들어낸다. 각기 다른 성질의 안료를 층별로 사용해 밑층, 중간층, 표면층을 구성하며, 재료의 실험을 통해 다양하게 표현한다.
박연경
박연경은 중학교 시절부터 페인팅을 시작하며 회화에 대한 관심을 일찍이 키워왔다. 이후 중앙대학교에서 영화미술을 전공하면서 시각 예술의 또 다른 결을 경험했고, 이 과정은 자연스럽게 회화에 대한 작가의 태도와 감각에 스며들었다. 이러한 경험들은 그녀의 본격적인 작업 세계로 이어지는 기반이 되었다.
박연경의 작업은 일상 속에서 스쳐 지나간 이미지나 무의식 중에 남겨진 잔상에서 출발한다. 특히 ‘꽃 시리즈 Still Life’는 작가 개인의 감정에서 비롯된 작업이다. 꽃을 사고,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가 시들면 버리는 일련의 과정에서 느낀 감정은 그녀에게 일종의 폭력처럼 다가왔고, 꽃에 대한 애도와 존중의 마음이 작업의 출발점이 되었다. "공기는 꽃을 여전히 느낀다"고 말하는 박연경은 꽃의 형체를 스머징(Smudging) 기법으로 흐리게 감싸며, 사라지는 아름다움을 화면 속에 고요히 붙잡고자 한다.
*스머징(Smudging)은 연필, 목탄, 파스텔, 유화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형체나 색, 경계를 의도적으로 손이나 도구로 문질러 흐리거나 번지게 하는 기법이다.
그녀는 몰입의 상태에서 붓으로 형상을 그린 뒤, 패브릭으로 화면을 덮고 문지르는 과정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완성한다. 유화가 마르기 전 이뤄지는 이 집중적인 행위는 작가에게 명상과도 같은 시간이 되며, 무의식 속에 남아 있던 이미지들이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과정이 된다.
또 다른 주요 시리즈인 ‘달마시안 시리즈’는 파리에 거주 중인 친구가 단골 바에서 촬영해 보낸 달마시안 강아지의 사진에서 출발했다. ‘점’이라는 시각적 요소에 매료된 박연경은 “나는 왜 이 매력적인 점을 작업에 써보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을 계기로, 점을 하나의 시각적 언어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회화 작업을 전개하게 된다.
이 시리즈는 모두 3호 캔버스 위에 작업되었으며, 이는 작가가 철창 안에서 본 강아지의 실제 크기와 맞닿아 있는 사이즈다. 박연경은 그 경험을 토대로, 영화 에서 영감을 받아 100마리의 강아지를 그리고, 마지막 한 마리는 점이 많은 본인을 더해 101마리의 완결을 계획 중이다. 이 작업은 시선, 반복, 그리고 형태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을 응축한 결과물로, 익숙한 소재 속에서 작가만의 조형적 해석이 드러난다. 박연경의 작업은 감정과 무의식, 반복과 시선의 미세한 차이를 담아내며, 관람자에게 사라지는 감정의 온기와 존재의 여운을 조용히 환기시킨다.
ARTISTS
나빈, 박세빈, 박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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